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미국 내 점유율 최강자였던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가 이른바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으로 20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드라이트는 지난 3일까지 한 달간 식료품점·편의점·주류 판매점 등에서 팔린 맥주 가운데 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멕시코 맥주 모델로 스페셜(8.4%)에 뒤이은 성적이다. 또 같은 기간 매출 역시 4분의 1로 줄었다. 버드라이트는 2001년부터 미국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으나 월간 기준 처음으로 정상 자리를 내주게 됐다.
버드라이트의 추락은 지난 4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딜런 멀바니(26)를 협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역 배우 출신이었던 멀바니는 꾸준히 연기 무대에 올랐지만 코로나 사태로 공연이 중단됐고 소셜미디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3월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 트랜스젠더임을 밝혀 주목받았다. 현재 틱톡에서는 1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버드라이트는 멀바니의 팟캐스트 ‘소녀시대’(Days of Girlhood) 1주년을 축하하며 그의 얼굴을 그려 특별 제작한 캔맥주 제품을 선물했다. 이후 멀바니는 이를 자랑하는 홍보 영상을 공개했는데, 몇몇 소비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은 물론 운동선수·모델·뮤지션 등 각 분야의 일부 유명 인사들 마저 불매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또 평소 멀바니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성인식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았던 탓에, 여성 인권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는 버드라이트 캔에 총을 쏘거나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모두 버리는 영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멀바니를 방어해 주지 않고 있다’는 진보 진영의 비판까지 받으며 상황은 더 악화했다. 버드라이트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모회사인 앤하이저부시(ABI) 주가마저 17% 이상 폭락하는 일이 빚어졌다.
결국 버드라이트 측은 멀바니와의 협업을 담당했던 임원 2명을 휴직 처분했다. 이어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논의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말 한 마리가 미국 국기와 함께 탁 트인 시골 들판을 질주하는 새 광고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