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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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불법 이민자 의료복지 대폭 삭감 논란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캘리포니아주가 재정난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서류미비 이민자)를 위한 의료복지 프로그램인 메디칼(Medi-Cal)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치는 주 예산 적자 120억 달러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이 제안한 예산안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민주당 내부와 이민자 권익 단체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정치적·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16년부터 서류미비 이민자를 위한 메디칼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16년에는 미성년자, 2020년에는 25세 이하 및 50세 이상, 그리고 2024년에는 모든 연령대의 서류미비 이민자에게 메디칼 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정부의 의료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칼을 통해 이민자들에게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비용은 연간 121억 달러에 달하며, 주 예산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2025년 5월, 뉴섬 주지사는 주 예산 적자를 줄이기 위해 메디칼 프로그램의 신규 서류미비 이민자 등록을 2026년 1월 1일부터 동결하고, 2027년부터 19세 이상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월 100달러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기존에 등록된 이민자들의 혜택은 유지되지만, 새로운 등록을 제한하고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다.

 

이 조치는 민주당 내에서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라티노 입법자 모임(Latino Legislative Caucus)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정책이 이민자 커뮤니티를 차별하는 “이중 계층” 의료 시스템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주 하원의원 사데 엘하와리(Sade Elhawary)는 “이민자들의 메디칼 등록을 동결하고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건강보험 접근성을 옹호하는 단체인 헬스 액세스 캘리포니아(Health Access California)의 아만다 맥앨리스터-월너(Amanda McAllister-Wallner) 대표는 “이 제안은 이민자들의 건강권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주정부가 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 취약 계층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론 조사에서도 이 정책에 대한 반대가 두드러진다. 공공정책연구소(PPIC)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 58%가 서류미비 이민자에 대한 의료 지원을 반대하며, 이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다수가 이를 지지했던 이전 조사들과 대조적이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세 번째 해 연속으로 예산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주정부의 진보적 정책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뉴섬 주지사는 이 조치를 “재정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기존 등록자들의 혜택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 정부의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서류미비 이민자에 대한 주정부의 메디칼 지원을 이유로 캘리포니아에 대한 연방 메디케이드 기금 35억 달러를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뉴섬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주 상원 소수당 대표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는 “메디칼 확장은 처음부터 무모했다”며, 서류미비 이민자 의료 지원이 주 예산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또한 이 정책이 시민과 노인, 재향군인을 위한 서비스를 희생시킨다고 비판하며, 주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우선시한다”고 공격했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뉴섬의 제안을 수정해 월 100달러 보험료를 30달러로 낮추고, 치과 혜택 폐지를 2027년까지 연기하는 등 일부 완화된 조치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 예산안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으며, 일부 의원들은 추가 세금 인상을 통해 프로그램을 유지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논란은 캘리포니아가 진보적 이민 정책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뉴섬 주지사는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그의 정치적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캘리포니아의 메디칼 삭감 계획은 재정난과 정치적 압박 속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이민자 커뮤니티와 주민들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낳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캘리포니아의 정책 방향과 전국적 이민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