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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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관세논의 뒷전' G7 파행...트럼프 마이웨이후 조기귀국

관세·우크라전·이-이란 충돌, 성과없어…한때 공동성명도 불투명
한국·우크라·멕시코·호주 정상, 트럼프와 정상회담도 무산

KoreaTV.Radio r기자 |  17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의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 모였던 정상들이 대부분이 결국 별다른 구체적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이들은 전쟁과 관세 등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있기를 희망했으나 대부분은 별다른 구체적 성과는 없이 의견 교환의 장에 참여한 데 만족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날인 16일부터 다른 정상들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마이웨이'로 일관하다가 당일치기로 이날 밤에 갑자기 중동 사태를 이유로 일정을 앞당겨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정상회의 주최 측은 중동,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무역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내되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고 시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장이 주최 측에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의 화두는 '전쟁'과 '관세'였다.

이번 회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개시된 전쟁이 지속되면서 유럽의 안보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 위기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렸다.

여기 더해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협상을 할 필요성도 절실했다.

 

그러나 '전쟁'에 따른 안보 문제를 논의하려는 다른 정상들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세계관'이 전혀 맞지 않았다.

트럼프는 1월 20일 2기 취임 후부터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G7 의장국인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 상당수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연합(EU) 측과 상당수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싶어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담 기간에 이런 방안에 대해 "제재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제재는 그렇게 쉽지 않다. 일방통행이 아니다"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또 "G7은 (러시아가 빠지기 전까지) G8이었다"며 러시아를 그룹에서 제외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G8 회원국이었으나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강제로 합병하면서 이 회의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도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G8 체제의 복원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또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 정상들과 주최측이 이스라엘과 이란에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의 초안을 마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이에 서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미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초안에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충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두 나라 모두에 상호 공격을 중단하고 외교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토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적시하면서 양측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도 초안에 포함됐다.

 

다만 이날 결국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 인정과 이란에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영국 BBC방송은 공동성명을 거부할 것이라는 당초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다 했다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것들을 가서 얘기하라고 승인했다"고 말했다고 CBS 방송이 보도했다.

 

정상들이 관심을 가졌던 또다른 이슈인 관세 협상에도 구체적으로 진전된 논의는 별로 없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의장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G7 정상들은 다음 달부터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16일 오전 세션에서 정상들에게 "관세는 누가 부과하든 결국 국내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이유로 회의 참석 일정을 조기에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관세 문제에 대한 G7 정상들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논의는 이번 회의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다만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 도중 16일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지난달에 합의된 양국간 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명확한 성과를 거둬, 이번 정상회의 최고의 승자로 꼽힐 전망이다.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의에 초청된 이재명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회의 기간에 잡아뒀던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일정도 그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다.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캐나다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됐기 때문에 내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개최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ABC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변경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17일 각각 갖기로 했던 양자 회담이 취소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호주 총리실도 17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CBS 인터뷰에서 G7 정상회의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몇명이 남아 참석국 정상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