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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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위군 투입' LA시위 격화…차량 불타고 고속도로 점거, 부상자도 나와

당국, '불법집회' 규정 해산시도…비살상탄·최루탄·후추탄 발사
트럼프 명령에 주방위군 300명 배치, 긴장 고조…"힘든 밤 될 것"

 

자율주행차 부수는 시위대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시위 진압에 군 병력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섬광탄이 연이어 발사됐고,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시위진압용 비살상탄에 맞아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8일 CNN방송,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 명이 이날 LA 시내 중심가의 연방정부 청사 단지에 위치한 구금센터 인근에서 주 방위군 등으로 구성된 당국 요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구금센터는 최근 체포된 불법 이민자 상당수가 현재 수감 중인 곳이다.

시위대는 진압 요원들의 대열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 "집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토바이를 탄 2명이 시위 진압 요원 스크럼을 향해 돌진해 요원 2명이 부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요원들을 들이받은 오토바이 운전자 2명은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다고 CNN은 전했다.

시위대 일부는 LA 현지의 자율 주행 자동차 '웨이모'를 부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101번 고속도로 점거한 LA 시위대

시위대는 한때 현지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점거된 도로 진입이 한때 차단됐었다. 점거 지역이 다른 주요 도로와 합류하는 분기점 인근인 탓에 LA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최루탄, 고무탄, 후추탄 등을 연이어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시위대가 진압요원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다른 요원들이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또한 시위대 상당수가 당국의 해산 시도 과정에서 체포됐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당국은 해가 진 뒤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LA에서 발생한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밤 시간대에 더욱 거친 폭력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에 "힘든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압장비 갖춘 주방위군

시위 현장에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주 방위군 300여명이 투입됐다.

주방위군은 방패와 보호복 등 시위 진압 장비를 갖추고 LA 연방청사 인근의 시위 진압 임무에 배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시위를 진압하지 못했다면서 전격적으로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한 바 있다.

통상의 경우 주방위군은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다.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은 1965년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겠다며 앨라배마에 군대를 보낸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60년만에 처음이다.

 

시위대 해산 시도 과정에서 언론인이 시위 진압용 비살상탄에 피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오후 9시께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닉 스턴 사진기자가 진압당국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펀지탄'에 허벅지를 맞았다.

스펀지탄이 피부를 찢고 허벅지살을 파고들어 근육이 드러날 정도였으며, 피격 직후 시위대의 도움을 받아 도롯가로 옮겨진 뒤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스턴 기자는 전했다.

 

'비살상 무기' 장비한 LA 진압당국 요원

그를 치료한 의료진은 허벅지 안에 폭 40㎜, 길이 60㎜ 정도의 물체가 박혀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 시위진압 당국이 사용하는 '40㎜ 스펀지탄'으로 추정된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 6일 발생해 이날까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 발생 둘째 날에는 LA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패러마운트 지역의 히스패닉계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시위대 수백 명이 당국과 격렬한 충돌을 벌였다.

시위대는 국경순찰대 차량에 돌멩이, 콘크리트 덩어리 등을 던지며 이동을 막아섰다. 최루성 물질로 만들어진 비살상 무기 후추탄과 최루탄, 섬광탄 등이 시위대에게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내란 폭도들이 우리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개빈 뉴섬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가 불법이며 주 자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면서 주방위군 철수를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끼어들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