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본격적인 하마스 격멸 작전에 돌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오후 늦게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와 전쟁을 3단계로 치르겠다며 1단계를 공습, 2단계를 지상군 투입과 하마스 격멸, 3단계를 새 안보 체제 구축(대체 정권 수립)으로 정의해 왔다.
‘2단계 시작’은 사실상 지상전 개시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의 회견 직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침공(지상전)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자국을 기습 공격해 1000여 명의 민간인을 납치하거나 죽인 하마스와 전쟁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해 27일 오후부터 개전 후 최대 규모의 육·해·공 전방위 공격에 돌입했다.
하마스가 텔아비브와 그 주변 지역을 로켓포 수백발로 공격한 직후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를 공습하는 한편 전차를 앞세운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 하마스의 주요 지휘관 수십명을 사살했고 하마스의 벙커이자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땅굴 등 군사 시설 450여 개를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병력을 추가 투입, 지상전을 계속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8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전일 진입한) 지상군이 여전히 가자지구 내에 머물고 있다.
새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기존의 제한적 지상 작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가자지구에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을 먼저 죽인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미룰 순 없다면서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비난하는 입장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27일 오후 가자지구에 대한 고강도 폭격으로 본격적 지상전의 문을 열었다. 먼저 지하 수십m를 뚫고 들어가 땅 아래에서 폭발하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대거 투하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지하에 뻗은 하마스의 땅굴을 노린 것이다. 이 공격으로 가자시티 내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전화도 모두 마비됐다가 29일 일부 복귀됐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27일 밤부터 가자지구 안으로 진격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차를 앞세운 이스라엘 기갑 부대가 포병 및 공병대와 함께 북쪽 해안과 서부 경계를 통해 가자지구에 진입,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작전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소장)은 27일 밤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밤 지상군이 가자지구 내 작전을 확대하고 공격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는 29일에도 “밤새 가자지구에 더 많은 병력이 들어갔으며, 가자지구 북부에서의 지상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병력이 투입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지상전 개시’ 혹은 ‘전면 침공’이라는 표현도 자제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본격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긍정·부정도 하지 않고 직답을 피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 대한 전면 침공 대신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일부를 장악하고 (가자시티에 대한) 포위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N도 “현재 벌어지는 작전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는 지상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지상전이 벌어지면 육·해·공군이 총공세를 벌여 3~6주 내에 전쟁을 끝장낼 것이란 기존 예측과 다른 전개다.
네타냐후 총리도 “길고 힘겨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전략 변경은 국제 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친팔레스타인 입장인 주변 아랍·이슬람 국가는 물론, 미국·유럽 등 서방국에도 큰 우려를 불러 왔다.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 온 하마스의 기존 행태로 보아 이번 공격 역시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7일까지도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전 재고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