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의 차이
2020년 기준으로 만 25세 이하인 Z 세대는 아직 학생이거나 이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다. 얼핏 ‘어린 밀레니얼’로 보이지만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선배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닮은 듯 또 다르다. 전문가들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차이가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의 차이만큼 크다고 말한다.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 배경에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IT와 통신의 기술발전과 온라인 서비스 활용, 글로벌 경기 등 사회경제적 상황이 골고루 내재되어 있다.
-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부모’라고 할 수 있다. -
‘에코세대’ ‘Y세대’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혼란기를 겪고 빠른 경제성장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이뤄냈다. 이들에게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입학·입사·승진 등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해야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발전을 이끌어오면서 노력만 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경제성장이 멈춘 시대에 살며 스스로 ‘헬조선’을 살아간다고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자조적으로 말하는 ‘노오력’의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Z세대는 디지털 학습도가 높은 X세대(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의 자녀 세대이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X세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가장 진보적인 세대’로 불렸던 X세대의 특성은 자녀를 키울 때도 발현됐다. Z세대는 개인주의, 다양성 추구, 일과 삶의 균형 중시 등 부모 세대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물려받았다. 집단보다 개인, 소유보다 공유, 상품보다 경험, SNS를 통한 비대면 수평적 인간관계 등 밀레니얼 세대와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Z세대가 훨씬 더 두드러지는 이유다.
또한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한 번도 호황기를 누려보지 못했다. 사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기저효과로 인한 2010년6.5% 성장 외에 연 4% 이상의 경제성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저명한 세대 연구 전문가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는 세계적 경제 호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확신이 강한 이상주의자에 가깝다면 불황기만을 경험한 Z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1)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점이다. 2000년 초반 정보기술(IT) 붐과 함께 태어난 이들은 유년 시절부터 인터넷 등의 완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라 아날로그 환경을 체험조차 못 한 세대이다. 신기술과 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옷이나 신발, 책, 음반은 물론 게임기 등 전자기기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모두 50%를 넘는다.
Z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라면 Z세대는 디지털이 당연한 세대다. 이들은 일찍이 디지털에 익숙한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아 IT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높다.
의사소통의 주된 통로 역시 모바일 기기가 크게 차지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미지로 소통하며,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남들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주변 학교 친구들뿐아니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으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고 정보를 공유하며 관계 맺기를 한다.
온종일 온라인에 연결된 세대답게 다양한 SNS를 두루 사용한다. ‘주로 이용하는 SNS가 무엇이냐’(복수 응답 허용)는 질문에 유튜브(79%), 인스타그램(60%), 페이스북(57%) 모두 절반을 넘겼다. 이제는 ‘한물간’ SNS로 여겨지는 트위터 이용률도 Z세대는 20%나 된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SNS를 이용한 팬덤마케팅 덕도 있었다. 데뷔 초기 그들의 재능과 노력에 걸맞은 홍보비를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BTS의 소속사 ‘빅히트’는 멤버 각자에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 SNS를 통해 팬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했고, 팬들과 소통 또한 소속사 직원들이 아닌 멤버들이 직접 할 수 있게 했다.
비록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이루어진 방법이었지만, 그 덕에 많은 팬들이 SNS를 통해 ‘직접’ 좋아하는 스타와 글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BTS 멤버들 또한, 그들의 피땀 어린 연습 과정과 매일매일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오롯이 전달할 수 있었다. BTS 팬들은 더 이상 선망하는 스타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단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고 이런 소통 방식은 단순히 좋아하는 입장을 넘어서 그 대상의 한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이렇게 특정 대상의 강력한 팬이 된 사람들은, 직접 그 대상을 홍보하고 장점을 어필하며 강력한 마케터들이 되어 갔다. 스타와 팬들 간의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 것이다. SNS를 통해 그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BTS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반면 Z세대는 TV와는 친숙하지 않다. TV, 컴퓨터, 스마트폰 3 스크린 중 모바일 이용 시간 비중은 70%로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으로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를 좋아하고, 동영상, 만화,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관련 앱의 이용 비중이 높다. 다른 세대보다 유튜브 이용 비율이 10% 이상 높고 TV 시청 프라임타임(저녁 8시~11시 사이)에도 TV보다는 모바일 영상을 시청한다.
Z세대의 특성 중에 검색과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검색이 당연한 세대이고 미디어 소비는 모두 유튜브라고 봐도 무방하다. 검색도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한다. 앞선 세대가 네이버, 구글 등 포털에서 검색했다면 Z세대는 모든 정보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습득한다. 유튜브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는 주의라는 의미의 ‘YOU아독존’이라는 조어도 있다.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기성세대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Z세대 절반 이상(59.6%)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에서 구독하고 이름(닉네임)을 기억하며 즐겨 찾는 크리에이터가 5명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크리에이터 10명 이상을 기억하고 즐겨 찾는다고 응답한 Z세대도 27.3%나 된다. Z세대의 여가를 가장 많이 빼앗는 것도 유튜브였다. 여가에 무엇을 하느냐(중복 선택)는 질문에82.2%가 ‘유튜브 감상’을 택했다. 하지만, Z세대는 친구 및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2) 개인주의적 성향
다음소프트의 Z세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Z세대를 설명할 수 있는 유력 키워드로 ‘개인 맞춤 서비스’ ‘혼밥’ ‘자기중심’ 등이 꼽혔다. Z세대는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따르며 철저한 개인주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타인의 가치관을 그대로 좇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세대다. 자유분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개성이 강하고 남보다는 나에 대해 집중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도 익숙하고 적극적이다.
자기 색깔이 강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Z세대는 ‘개취존중(개인 취향 존중)’을 넘어 ‘싫존주의(싫음도 존중)’를 추구한다. 실존이 아닌 ‘싫존’, ‘싫어하는 것 역시 존중해 달라’는 뜻으로 타인이 싫어하는 취향도 당당히 밝히는 행동을 말한다.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깨지고 개인화된 X세대 부모 아래서 자란 것이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갖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Z세대는 자유로운 X세대 부모의 특징에 ‘다양성’까지 장착했다. 다름을 알고 솔직함을 중시하는 Z세대는 더 나아가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성향을 받아드리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안다.
3) 현재 지향적 성향
Z세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서 자라난 동시에, 부모 세대인 X세대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막연한 미래보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는 Z세대는 ‘욜로(YOLO)’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대표되는 현재 가치 중심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미래의 불확실성보다는 현재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 즉, 지금의 확실한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는 집과 자동차 소유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Z세대 두 명 중 한 명은 20세가 되기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밀레니얼 세대가 해외여행을 처음 한 나이로 20~25세(36%), 26~30세(29%)를 꼽은 것과 대조된다. X세대는 주로 26~30세(37%)에, 베이비붐 세대는 30대 후반에 진입해서야(35%) 해외여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워라밸’인 Z세대는 자신이 바라는 직업 찾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직업은 인생의 일부로 생각한다. 자유로운 직무 이동의 기회를 중시하며 고액의 연봉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 학계에서는 Z세대가 본격적으로 성인기에 진입하면 워라밸을 향한 사회의 열망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MZ세대의 특성들은 비단 이 세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전이되어 구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에 까지도 이 특성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해 간다. 아버지의 세대와 나의 세대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대학생 첫 아이와 중학생인 둘 째 아이가 자라나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 코로로나19가 또 어떻게 다음 세상을 바꾸어 놓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일생 동안 여러 시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가중 중요한 핵심은 빠르게 변화하는 바깥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속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일 것이다. 그래야만 각자 다른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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