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배틀그라운드'·'미국인 이야기'
미국은 끊이지 않는 총기 사고에도 불구하고 무기 소지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다.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인식은 건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민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영국 군대와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했고, 나중에는 연방정부로부터 주(州)의 자유를 지키는 방어막 역할을 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보안관'을 자처하며 지구촌 곳곳에 전선을 긋고 있다. 피식민지에서 초강대국으로 처지는 180도 바뀌었지만, 무기를 들며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같다. 독립전쟁으로 자유를 쟁취하고 입헌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한 미국은 이제 전 세계 자유진영을 자신들이 지킨다고 여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한 허버트 맥매스터의 책 '배틀그라운드'에는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The Fight to Defend the Free World)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이 책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의 국력 신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썼다.
저자는 러시아·중국·남아시아·중동·이란·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진단하고 미국에는 각성을 촉구한다. 저자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서면서 '전략적 자아도취'에 빠졌다고 본다. 이념과 패권·군사력 경쟁의 시대가 끝났다고 오판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신정정치 독재체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9·11 테러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과거의 낙관주의와 자신감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외교정책 실패와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저자는 개방이 정권의 본질을 바꿀 것이라는 햇볕정책이 '잘못된 가정'이었다며 과거 대북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이끌어내고 양국 사이의 관계를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주장하면서 "한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와 북한의 권위주의적이며 폐쇄적인, 그리고 무너져가는 사회 사이의 극명한 차이점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다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간 '미국인 이야기'(원제 'The Glorious Cause: The American Revolution 1763∼1789')는 이런 미국식 세계관의 뿌리를 짐작게 하는 책이다. 영국의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였던 미국인들이 우발적으로 전쟁을 벌이게 된 과정부터, 진통 끝에 연방정부를 구성해 건국에 이르기까지 미국사를 다룬다.
군주제나 귀족제 같은 전통이 없던 미국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대영제국의 세금 부과에 맞서 전쟁까지 일으킨 배경이 됐다. 자유와 재산권은 뗄 수 없는 관계인 탓에, 부당한 세금은 미국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승전 이후 연방정부에 얼마큼의 권한을 부여할지를 두고 주 정부들은 치열한 논쟁과 타협을 벌였다.
이 시기에 틀을 갖춘 정치·사회 구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그 과정이 미국인들의 정신세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 사상 가장 중요한 한 세대로 꼽힐 만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인간은 성찰과 선택을 통해 직접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우연과 강압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체제를 누군가에게 부여받아야만 하는 존재인가?"라고 물었다.
스스로 조국을 건설하고 앞날을 계획한 역사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저자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혁명과 그 혁명의 결과로 수립된 아메리카 공화국은 전 세계 정부에 아주 심오하고도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의 세계는 독재정부를 만들어내는 전쟁들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는 비록 모든 면에서 아무런 결점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온갖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 배틀그라운드 = 교유서가. 우진하 옮김. 704쪽. 3만8천원.
▲ 미국인 이야기 1∼3 = 사회평론.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이종인 옮김. 468∼520쪽. 각 권 2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