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팩트시트를 보면 “트럼프의 역사적인 2024년 재선,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과 회복력을 보여준 이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양국 정상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linchpin)인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선언했다”고 돼 있다. 지난 7월 큰 틀의 발표가 이뤄진 무역 합의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를 하는 대가로 미국이 자동차와 차 부품, 목재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양해각서(MOU)에 따른 투자액이 한 해에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는데, 외환 시장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기로 했고, 대미(對美)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향후 체결될 수 있는 협정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이른바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주한 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통한 한국 방어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미국은 핵 능력을 포함한 전 범위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핵우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이 대통령은 국방 지출을 GDP의 3.5%로 가능한 조속히 증액할 계획임을 공유했고, 2030년까지 250억 달러어치 군사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했다. 주한 미군에도 총 330억 달러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은 북한에 대한 연합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은 “한반도와 인·태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정부는 임기 내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 했는데 양국 정상이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3국 간 협력 관계도 강화하기로 했지만 바이든 정부 때 체결된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또 대만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정상은 전역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안(兩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unilateral changes to the status quo)에 반대한다”고 했다.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는 중국 패권주의를 겨냥한 문구다. “항행(航行)과 상공 비행의 자유, 기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 모든 국가의 해양 주장이 국제법에 부합해야함을 재확인했다”는 문구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승인한 원잠의 경우 “미국은 한국이 공격형 핵잠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추진 과정을 지지하고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앞서 원잠 건조가 필라델피아의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이날 문서에 건조 장소와 조건 등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또 “양국이 조선 작업반을 통해 유지·보수, 수리·정비, 인력 개발,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 탄력성 등에서 추가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런 노력은 한국 내 미국 선박 건조 가능성을 포함해 미 함정의 숫자를 최대한 신속하게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팩트 시트에는 미 기업의 ‘민원 사항’이라 볼 만한 것들도 대거 포함됐는데, 특히 무역대표부(USTR) 등이 강하게 문제 삼은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상호 무역 증진 약속, 실행 계획을 문서화해 연말까지 한미 합동위원회에서 채택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 부담 경감, 식품·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 해결, 한국의 특허법 조약(PCT) 가입 등이 포함됐다. 또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하는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정책을 언급하며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위치·개인 정보 등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는 미 빅테크 기업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