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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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대비 '거래절벽'...바이어 마켓으로 전환

주택거래 10개월 연속 감소
이자율 내려도 주택 수요없어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로이터]


KoreaTV.Radio 이준 기자 | 연초 치열한 구입 경쟁을 해야 했던 주택 시장은 하반기를 앞두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셀러스 마켓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이어의 입김이 더욱 세졌다. 급기야 주택 거래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주택 거래 절벽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곳이 바로 남가주 주택 시장이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집계에 의하면 6월 5일 기준 직전 4주 동안 LA 카운티에서 리스팅 가격을 내린 매물은 전체 매물 중 16.2%였다. 작년 같은 기간의 7.5%에 비해 두 배가 넘는 비율이다. 남가주 인근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을 낮추는 매물 비율이 LA 카운티보다 더 높았다.

 

주택 거래 10개월 연속 감소로 한 해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11월 재판매 주택 매매 건수는 전달보다 7.7% 감소한 409만 건(연율 환산)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로 1999년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11월 주택 매매 건수는 주택 시장이 바닥을 친 2010년 11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 감소 영향으로 주택 가격 역시 매달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 중간 가격은 올해 6월 사상 최고가인 41만 3,800달러를 기록한 뒤 이후 5개월 연속 하락 행진 중이다. 11월 집계된 주택 중간 가격은 37만 700달러로 최고가 대비 약 4만 3,000달러가 빠졌다. 주택 가격 상승률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비율을 기록했지만 7월 이후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뒤 계속 둔화세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올해 같은 기간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의 비율은 20%로 작년 같은 기간(7%)의 3배에 달했다. LA와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 비율이 2018년 이후 이처럼 높았던 해가 없었다.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 카운티를 포함하는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리스팅 가격 인하 매물 비율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모기지 이자율이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자 이에 겁먹은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 계약 취소가 잇따랐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집계에 따르면 8월에만 약 6만 4,000건에 달하는 구매 계약 취소가 발생했는데 8월 중 체결된 전체 계약 중 15%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결된 구매 계약 10건 중 1건 이상씩 취소되는 것으로 구매 계약 취소 비율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5%를 넘어섰다.

당시 모기지 이자율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회의를 느낀 바이어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매물에서 사소한 결함만 발견되더라도 컨틴전시 조항을 활용해 바로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올 초 주택 시장 과열 탓에 성급하게 주택 구입에 나선 바이어가 많았다. 너무 조급한 주택 구입에 따른 후회가 하반기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어가 가장 많이 후회한 것은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고우뱅킹레잇의 설문 조사에서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의 바이어가 과열 경쟁 분위기에 휩싸여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것을 후회했다.

바이어 중 약 25%는 관리비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집을 구입한 것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았는데 대부분 처음 집을 구입한 바이어가 많았다. 가격이 싼 ‘픽서 어퍼’ 매물을 ‘일단 사고 나중에 고치자’란 생각에 구입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바이어도 24%나 됐다. 이 밖에도 매물을 보지 않고 오퍼를 제출한 것, 동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 이웃 성향을 알아보지 않은 것 등에 대한 후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