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전만 해도 금리인상에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오던 미국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모기지 데이터 분석회사 블랙나이트 조사에서 7월 미국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77% 하락했다. 이는 월간 기준 3년 만에 첫 하락이다. 201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블랙나이트는 “수치상으로 보면 낙폭이 큰 것 같지 않지만, 새너제이(-10%), 시애틀(-7.7%), 샌프란시스코(-7.4%), 샌디에이고(-5.6%), 로스앤젤레스(-4.3%), 덴버(-4.2%) 등 주요 중서부 도시에서 몇 달 사이에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질로우도 7월 미국 주택가격이 전월보다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질로우 조사에서 월간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정보 레드핀은 7월 구매계약 중 취소 비율이 16% 달한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신규주택 판매는 계절 조정·연간 환산기준으로 51만1000채로, 2016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 부동산 전문가들 "미국 주택가격 과대평가"
로이터가 30명의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봤다. 미국 평균 집값을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평가하라는 질문에 26명이 8로 평가했다. 1은 매우 저렴하고 5는 적정하고 10은 매우 비싸다이다. 4명의 전문가는 10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30%는 향후 2년 동안 한자리 수 하락을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몇 년에 걸쳐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집값이 두자리 수로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으며, 2007~2009년에는 30% 정도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규 주택 판매(22% 감소), 기존 주택 판매(17% 감소)가 급감하고 내년에도 신규 주택 판매(8% 하락), 기존 주택 판매(14% 하락)가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의 침체를 전망했다. 시장 침체의 이유는 금리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과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해 4차례 올라 연초 0.25%에서 2.5%까지 인상됐다. 시장은 연말 금리를 3.5~4%로 예상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작년말 3%에서 6% 전후로 치솟았다.
◇ 쉴러 교수 "주택거래, 인허가 감소...재앙 고려할 때"
2000년대 금융위기와 2008년의 리먼쇼크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주택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최근 야후파이낸셜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와 주택인허가 건수가 감소하고있다. 여러 조짐이 있는데, 재앙(버블붕괴)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재앙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지금 상황이 매우 닮아 보인다. 그때와 비슷할 정도로 경제 상태가 나쁘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쉴러 교수만 부동산 비관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미국 주택 거래량이 최악의 경우 현재보다 30% 이상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10%~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413개 지역 최대 시장 중 183개 지역의 주택은 25% 이상 ‘고평가’ 돼 있다. 주택구입능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는 지난 6월 98.5로 1989년 이후, 3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KoreaTV.Radio Steven Choi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