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은 자신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18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완벽한 복수를 준비한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의 복수를 응원하며 대리만족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선 완벽한 복수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 아닐까. 넷플릭스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는 학교폭력, 사이버 음란물 유포, 사이비 종교, 보이스 피싱, 해외 취업 사기 등 각종 사회 범죄를 총망라하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명한다. 복수 대행사인 ‘무지개 운수’의 모범택시 운전기사 김도기(배우 이제훈) 등이 나서 피해자 대신 앙갚음을 해준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사이다 복수’는 그야말로 속이 뻥 뚫리는 맛이 있다. 악인은 많고, 복수를 갈망하는 피해자의 분노는 큰 데 비해 현실에서 정의 구현은 그만큼 어렵고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복수할 때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살펴보면 현실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복수를 달성하기란 더 어려워 보인다.
복수를 결심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배측 선조체. 사이언스지연구팀은 각 팀의 얌체들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게임 상금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는 사실을 나머지 팀원 3명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얌체들의 돈을 빼앗는 복수 기회를 주거나 △복수 기회를 주지 않거나 △복수는 하지 않되 복수했을 때를 상상해 보도록 했다. 10분 뒤 세 그룹의 정서 반응을 측정했다. 세 그룹 가운데 가장 기분이 좋은 그룹은 어느 그룹이었을까?
놀랍게도 복수하지 않은 그룹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기쁨, 만족 등 긍정적 정서가 나머지 두 그룹에 비해 훨씬 높았다. 복수를 한 그룹은 복수심과 짜증 등 부정적 정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돈을 많이 빼앗아 복수를 강하게 한 사람일수록 부정적 정서가 높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상으로 복수한 그룹은 실제로 복수한 그룹에 비해 기쁨, 만족 지수가 높았다는 것이다. 복수하기 전에는 복수가 훨씬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긴 뒤에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 더 커진 것이다. 연구팀은 “복수 과정에서 가해자에 대해 많이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 나빠지고, 기분이 나빠지면 가해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며 부정적 감정이 올라간다”며 “또 복수한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불쾌한 감정이 뒤따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사례는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 도로 위에서 옆 차가 끼어들거나 경적을 울렸다고 해서 과한 보복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아일보 DB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이 보복당할 때 훨씬 불공평하고 화가 난다고 느꼈다. 반대로 자신이 복수할 때는 분노는 느꼈으나 공평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스틸웰 교수는 “복수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한다”며 “이 때문에 서로 공정하다고 인정하고 상황을 정리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일부러 분란을 조장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에게 “당신의 파트너가 20유로를 갖고, 당신에게는 5유로만 줬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또 만약 원한다면 다시 돈을 분배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참가자의 60%가 돈을 다시 나눠 갖겠다고 했고, 이들은 자신이 처음에 받은 액수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파트너에게 할당했다. 처음에 자신이 받은 대우보다 과하게 복수를 한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바뀐 결과를 받은 파트너의 반응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그룹에는 바뀐 결과에 대해 항의하며 화를 내는 내용이, 다른 그룹에는 자신이 처음에 이기적으로 군 것을 사과하는 내용이 전달됐다.
그런 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상금 배분 결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사과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화를 내는 메시지를 받은 그룹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사과받은 이들보다 실험 결과에 더 만족하는 이들은 처음부터 보복하지 않겠다고 답한 40%의 참가자들이었다. 복수를 안 했을 때 가장 만족했고, 복수를 한 경우라면 사과받았을 때 그나마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골비처 교수는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해야 복수가 성공할 수 있다”며 “가해자에게 단지 불이익을 주는 것만으로는 복수에 충분히 만족하기 어렵다”고 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문동은의 집은 온통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사진으로 도배 돼 있다. 복수를 결심하면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계속 증폭된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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